[그린RE:포트] 그 많던 꿀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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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RE:포트] 그 많던 꿀벌은 어디에?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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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지구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약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 활동으로 열매를 생산하는데, 그 중 80%가 꿀벌을 통해 이뤄진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의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상당수가 사라지게 되고, 식물들도 번식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스페인,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과 동남아 국가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보고되고 있는 '꿀벌 실종 위기' 상황을 볼 때, 이 작은 꿀벌들의 움직임에 우리 인간의 미래가 달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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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이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월 7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월동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는 벌였다.

 

조사 결과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는데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확한 전국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에서는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했고, 작년 8월까지 사양 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가 미흡해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하자 월동 꿀벌의 약군화를 초래한 것이다. 약군화(弱群化)는 월동 봉군(벌무리)의 일벌구성이 정상보다 적은 수로 된 것을 말한다.


말벌류 가운데 등검은말벌은 일벌 포획력이 탁월해 유인제나 유인 트랩으로 완전하게 방제하기 어려워 작년 10월 늦게까지 피해를 준 것으로 보인다.

 

방제가 매우 어려운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봉군 양성 시기(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 생태 특성이 있다. 응애류는 발육 번데기에 기생하고,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특히 작년 9∼10월에는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


이렇게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월동기간 일벌들은 공 모양으로 밀집돼 형태를 유지하는데, 강한 봉군들은 단단하게 밀집해 외부환경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약한 봉군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은 양봉농가의 조속한 경영안정과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피해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경영회생자금과 농축산경영자금 등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꿀벌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방역 대응 지원사업을 활용해 꿀벌 구제 약품이 신속히 지원되도록 조치했다.


농촌진흥청은 정확한 피해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현장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과 배포를 통해 현장 기술지원 등을 확대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질병 조기 진단과 기생성 응애류의 최적 약제 선발을 강화한다.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로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농가가 안정적으로 양봉업을 할 수 있도록 이상기후 상시화에 대비해 꿀벌 관리와 병해충 발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구개발과 기술 보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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