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플라스틱 쓰레기 주범은 바로 '식품 포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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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플라스틱 쓰레기 주범은 바로 '식품 포장재'

식품 포장재가 전체 배출의 78% 이상 차지
플라스틱 폐기물 4개 중 1개는 상위 10개사
재사용·리필 가능한 순환경제 시스템 도입 시급
"대형 식품 제조사, 플라스틱 사용량 공개해야"

  • 손정우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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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플라스틱 안쓰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감소시키려는 개인적인 노력은 맞는 방향이지만 상당히 광범위한데다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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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의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총 7만7288개 플라스틱 쓰레기)의 78.1%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pixabay

 

 

이에 정말 필요한 건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단계적으로 퇴출해 나가는 거이란 요구도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바로 포장재다. 최근 15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일회용 포장을 위해 사용됐는데 주로 식품, 음료, 화장품, 세제 등 한 번 쓰고 버리도록 만든 일회용 포장 제품이 플라스틱 대량 생산과 과잉 소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포장재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공간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어떤 제조사의 상품을 마트 선반에 올릴지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매대에 진열된 제품에 한해 선택권을 행사하고 대형마트는 이런 제품들을 선택하고 유통한다. 더욱이 근래에는 대형마트에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제작해 생산자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가 변화하면 납품하는 제조사가 변화하고 소비자가 접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개수도 현저하게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면서 국내 가정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가운데 8개는 식품 포장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그린피스가 가정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발간한 '2021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에 의하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의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총 7만7288개 플라스틱 쓰레기)의 78.1%로 압도적인 비중을 나타냈다. 지난해 조사 결과였던 71.5%보다 7%포인트가량 더 높아진 수준이다. 


이어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제품군은 개인위생용품으로 전체의 14.6%를 기록했다. 특히 개인위생용품 중 절반 이상인 53.8%가 일회용 마스크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조사별로 분석한 결과 배출량 상위 10개 식품 제조사가 전체 배출량의 23.9%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제과, 코카콜라, 풀무원, 오뚜기, 동원F&B,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 생산·판매), 매일유업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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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2021 플라스틱 집콕조사 : 일회용의 민낯' 보고서

 


특히 배출량 1~3위를 차지한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 농심의 플라스틱 포장재는 각각 2000개 이상의 양이 배출돼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9%를 기록했다.


이번 보고서는 집콕조사를 수행한 시민 참여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도 함께 수록했는데, 시민들은 플라스틱 제품 공급자인 기업의 혁신적인 감축이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시민들이 높은 인식 수준을 토대로 기업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플라스틱 감축 노력의 시작점인 사용량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지금 대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하고 과감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하지만 현재도 책임에 걸맞은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한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플라스틱 전체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대형 식품기업들은 자사의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알리는 플라스틱 감축이 각 기업의 연간 플라스틱 총 생산량의 5% 남짓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배출 기업 상위를 차지한 대형 식품기업들부터 앞장서 제한적 감축이 아닌 재사용·리필 가능한 순환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책임이 있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자사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감축 계획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고 책임감을 갖고 이행하는 동시에 정부는 기업이 제시한 플라스틱 사용량 정보를 기반으로 감축이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플라스틱 배출 기업에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지난해 참여 가구인 260가구보다 3배 이상 많은 841가구(총 2671명)가 참여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시민 참여형 플라스틱 배출 실태조사 중 최대 규모로, 참가자들은 지난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조사와 제품군, 재질, 수량 등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한편 세계경제포럼의 연구에 의하면 향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오는 2050년엔 현재와 대비해 무려 세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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